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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의 메시지 사용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여러 이유중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개발 관련 단톡방에서는 “인스타그램처럼 대형 타깃 광고를 도입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피드를 전면에 배치하면 광고 노출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단톡방에서 자녀가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십대들이 사실상 카카오톡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인스타그램 DM이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요즘 십대들은 인스타그램을 일기장처럼 활용하며 친구들과 소통하고, 그룹 채팅도 인스타 DM으로 해결한다. 카카오톡은 주로 선생님이나 부모님과의 대화에만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통계상으로는 사용자가 잡히더라도 실제 사용 빈도는 낮은 셈이다.
카카오는 아마 이 점을 위기로 인식했을 것이다. 카카오톡 초창기부터 사용해 온 기성세대는 이미 대부분 카톡을 쓰고 있지만, 젊은 층의 이탈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십대와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의 소통 방식을 카카오톡에 직접 도입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이리 반발이 심할까?
프라이버시를 간과한 설계
하지만 반발이 거센 이유는 따로 있다. 카카오는 사람들이 왜 직장 상사나 업무 관계자에게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숨기려 하는지 고민했어야 했다. 카카오톡은 기본적으로 전화번호 기반이어서 한 사람당 계정 하나가 사실상 강제된다. 원하는 사람과만 공유할 별도의 아이디를 만들 수 없고, 이미 서로가 카카오 계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기에 피드를 숨기기도 어렵다. 과장하자면, 회사 상사가 주말에 다녀온 내 등산 피드를 반강제로 보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쇼츠와 청소년 보호 문제
숏폼(쇼츠) 플랫폼의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 릴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자는 필요하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를 도입하는 방식에서 더 신중했어야 한다. 카카오톡은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가 사용하는 앱인데, 연령 제한 없이 숏폼을 열어 버렸다. 유럽에서도 아동의 숏폼 사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고, 유튜브조차 ‘유튜브 키즈’를 별도로 운영한다. 현재 공개된 카카오톡 쇼츠는 부모가 자녀의 이용을 제한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사용자 경험(UX)의 문제
UX도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많은 이용자가 “친구 목록은 그대로 두고 피드 탭을 따로 두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카카오가 피드를 보게 하려는 목적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최소한 친구 목록을 바로 볼 수 있는 버튼 정도는 상단에 두었어야 한다. 특히 오픈채팅이 쇼츠와 같은 탭에 묶인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픈채팅을 보려면 쇼츠 화면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두 서비스는 기능상 연관성이 거의 없다.
대체는 어려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카카오도 이를 알기에 이번 개편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몇 년 전 카톡 검열 논란이 불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으로 이주하자며 ‘텔레그램 망명’이 유행했지만, 결국 대부분은 카카오톡으로 돌아왔다. 메신저는 모두가 함께 옮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주변을 설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용자는 불편해도 그냥 그대로 쓰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게 인스타가 부러웠으면 차라리 인스타 같은 앱을 새로 만들지 그랬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미 그런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바로 카카오스토리다. 다만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사실상 실패한 서비스를 카카오톡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라인은 심플하지만 스팸 메시지가 많고, 디스코드는 유료 구독을 하지 않으면 기능이 제한적이다. 현실적으로 카카오톡을 대체할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이용자들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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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번 카카오톡 개편이 십대와 젊은 층의 실제 사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더 큰 이탈을 불러올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다만 이번 변화가 사용자 경험과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